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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스도의 향기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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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양에서는 그윽한 향기를 말할 때는 난의 향기로 난향을 말하며 매화의 향기로 암향(暗香)을 거론한다. 특히 매화는 밤이 깊을 때 그 향기가 가장 그윽하게 나온다고 하여 암향이라고 하는데 옛 선비들이 가장 애호하던 정서이다. 크리스챤이 추구하는 향기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<고린도후서>에 나오는 다음의 대목이 가장 적절하다. “우리는 구원 받은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,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” 고후 2:15~16.
바울 사도는 당시 타락하고 음란했던 고린도에서 신앙 생활하는 교인들에게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름지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하며 이 향기를 통해 어둡고 죽어가는 사회가 밝고 생명이 살아나는 세상이 될 수 있으며 그리스도인들이 이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말하였다. 그로부터 2천년이 지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중에도 이러한 사도 바울의 마음을 동일하게 품고 이를 형상으로 표현해 보고자 하는 작가들이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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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성숙, 향기로 피어나다, 2012년, 혼합재료, 작가 소장
위의 유성숙의 <향기로 피어나다> 작품은 그 제목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. 작가는 “끊임없이 지워지길 바라는 상처 난 흔적들을 빛으로 소멸시키고 정화하여 냄새가 아닌 향기로 새롭게 피어나길 바란다” 고 하면서 사랑이 흘러넘쳐 향기가 주위에 퍼져 나가 하나님과 하나 되고 평안의 쉼을 느꼈으면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.
이러한 바램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한 꽃을 바탕으로 하여 형상화 되고 있는데 아름다운 여러 밝은 색조의 꽃들 속에서 무수히 많은 하얀 선들로 표현된 향기가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처럼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다. 형상적인 꽃과 비정형의 반 추상화된 향기들이 어울리며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진정 기쁨의 세계이기도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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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연경, Grace and Hope, Acrylic on canvas, 2012년, 작가 소장
한편 위의 정연경의 작품은 중앙에 둥근 해를 두고 그 주위로 많은 불꽃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다시 그 위로 수많은 점들이 아지랑이 같이 피어나고 있다. 이것을 작가는 “중앙의 원형은 하나님의 영원성을 상징하고 밝은 해와 빛을 의미한다. 내면에서 흘러넘치는 은혜와 감사가 반짝이는 점이 되어 외부로 꽃향기처럼 스며들기를 소망 한다” 고 진술하고 있다. 여기서 자그마한 수많은 점들은 하나하나가 그 전의 수많았던 경험들과 생각들을 의미하기도 한다. 그러므로 두 작가는 표현은 다르나 그 추구하는 지향점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. 영원함에 대한 사모 그리고 받은 사랑과 은혜가 주위로 흘러넘쳐 멀리 멀리 펴져 나가기를 염원하는 것이다.
그리스도의 향기는 형상화하기가 어려운 주제이나 두 작가는 꽃과 해를 모티프로 하여 수많은 점들로 향기를 이미지화 하고 있다.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살아가기만 한다면 주위에 그 향기가 퍼져 이 혼탁한 세상도 어느새 맑고 밝은 천국으로 변모할 것이다. 나의 삶도 난이나 매화 혹은 이 봄날의 라일락 향기처럼 그리스도의 향기가 조용히 그리고 그윽하게 펴져 내 주변이 좀 더 아름다워지길 기도한다.
한정희 교수(홍익대 미술대학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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